분청 접시.

제주흙 혼합토에 분장.

넉넉한 사이즈의 접시입니다. 

미색은 어떤 음식을 담아도 조화로워요. 

깊이도 조금 있어서 국물이나 소스가 있는 음식을 담기도 좋아요. 

붓질을 하기 전의 한지같은, 

고요하지만 무언가 기대하게 만드는 접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큰 접시가 가진 기백이 있어요.

시원시원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진달까요.

큰 접시는 작업이 힘들고 공정도 까다롭지만 꼭 만들고 싶었어요.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 손이 가는

혼자 먹을 때도, 손님이 올 때도

빵 한 조각, 푸짐한 일품 요리, 무엇을 담아도

식탁 위의 아름답고 든든한 접시가 돼 주길 바래요.

분청은 '분장회청'의 줄임말로 회청색 흙에 하얀 분장을 한다는 뜻이에요.

어둡고 거친 흙 위에 뽀얀 흙물(화장토)을 바른 후 유약을 입히는 작업을 말합니다.

흙물을 바르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우리는 주로 흙물에 기물을 통째로 담갔다 빼는 덤벙 기법을 씁니다.

어두운 태토와 미색의 흙물의 대비, 화장토가 흐른 흔적들이 고요하고 또 자유로워서 무척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미색의 흙물 위로 제주 흙 속에 있던 작은 돌 알갱이가 불에 녹아 반점 무늬를 이루고 있어요.

손으로 정성스레 모든 과정을 매만지고, 흙과 불이 그리는 예측 불가능한 그림을 즐기며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