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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Interview

적당한 디자인을 합니다

디자인회사 HYPHEN, 가구브랜드 ORDINARYSERIVCE의 조한비 대표의 이야기.

ORDINARY SERVICE, 일상을 서비스합니다

하시는 일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은데, 간단하게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일단 하이픈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디자인, 브랜딩, 기획을 같이 하는 회사입니다. 일단 하이픈은 기본적으로 에이전시라고 생각하면 되실 것 같아요. 기획-브랜딩-공간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작업하는 걸 가장 잘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상업공간 디자인에 관련된 AI 솔루션 개발과, 가구브랜드인 오디너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에이전시가 가장 코어에 있으면, 이걸 스텝업하기 위한 게 AI 솔루션, 서브브랜드가 오디너리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오디너리 서비스는 어떤 배경에서 나온 브랜드일까요?

Ordinary 와 Service 라는 단어는 좀 이질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좋았어요. 오디너리는 일상, 서비스는 비일상적인 개념이니까요. 저는 가구라는 도구가 ‘일상의 서비스’ 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집사 같은 거죠. 가구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그 가구가 일상적으로 대단히 편안하게 사용될 수 있으면서, 한편 특별하기도 한 느낌. 그게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이유도 하나 있어요. 말씀드렸듯 제 근본적인 정체성은 공간 디자이너이고, 주로 상업공간을 디자인하다 보면 가구 배치를 할 일이 많거든요. 공간 안의 공간이 가구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 구매할 만한 가구가 너무 없어요. 적정한 가격대에서 카피가 아닌 상품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디자인이 다양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턴가 공간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디자인하고 만들어진 가구들을 브랜드로 만든 게 오디너리 서비스의 시작입니다.

오디너리 서비스가 영감을 받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미드센추리가 최근 광풍을 휩쓸고 지나갔었죠. 사실 미드센추리는 ‘장식을 배제하는 기능적인 양식을 위한' 시대정신이자 생활 양식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유행' 한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에요. 요즘 A4용지가 유행이래, 하는 것 같죠. 더군다나 한국에서 미드센추리는 주로 구매가 쉬운 소품 위주로 구성되면서, 미드센추리의 본질과는 정 반대, 집을 ‘꾸미기' 위한 스타일로 받아들여졌어요. 엄청나게 왜곡된 거죠. 성숙하지 못한 시장에서 항상 발생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드센추리라는 양식이 만들어진 건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에요. 그러니까 미드센추리는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기 위한 기능주의 운동인 부분이 컸죠. 보통의 사람들이 사용하기 위한 여러 디자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했던 시기니까요. 그래서 미드센추리 디자인은 대체로 간결하고, 기능적이고, 장식이 없는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그 직전 아르데코라는 사조가 있었어요. 일종의 장식운동인데요. 수공예의 기반 위에서 장인들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장식적인 부분에서 많이 풀어냈던 디자인 경향이에요. 저는 아르데코와 미드센추리 사이, 1920-30년대 사이의 짧은 시기를 좋아합니다. 오디너리 서비스는 그 시대를 다루는 브랜드이고자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시대일 것 같은데요. 그 시대가 모티브인 이유가 뭘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제 눈에 그 시기가 가장 아름다워요. 수공예 경향의 조형성이 남아 있고, 근대디자인의 문법이 만들어지면서 그 사이에 끼인, 그 둘이 섞인 기능적인 장식성, 따뜻함, 아름다움. 그런 것들이 좋습니다. 장식은 좀 ‘쓸 데 없는' 거잖아요. 저는 아름다움의 감칠맛이 여기에서 난다고 봐요.

너무 간결한 기능성은 사람을 좀 불편하게 합니다. 심리적으로요. 왜 군대에서 줄이 조금만 비뚤어져도 티가 확 나는 거랑 비슷해요. ㅎㅎ 생활이라는 건 그렇게 줄 맞춰서 살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특히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하는 과정이 줄맞춘 것처럼 예쁠 수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이 지켜졌으면 하는 거죠.


간결한 게 불편하다는 게 어떤 뜻이죠?

이 공간은 제 사무실이잖아요. 공간디자인 사무실은 사실 계속 예쁠 수가 없어요. 온갖 자재가 널부러져 있고, 일도 해야 하고,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만 저는 제 공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게 공간에 놓인 가구들, 오디너리 서비스의 역할이죠. 너무 미니멀하고 간결하고 기능적이지만은 않고, 좀 지저분하면서도 아름다울 때, 생활도 아름다울 수가 있어요.

소위 유럽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유럽의 미감은 사실, 수백 수천년들이 지난 장식적인 건축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라이프스타일의 아름다움이에요. 그 시절의 장식석, 조형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돌로 지은 집들, 창문이 길고 높은 건물에서 그대로 살아가니까요. 이미 장식된 건물 안을 장식으로 가득 채우는 경향, 과시를 위한 경향, 디자인이 상류층만을 위해 소비되는 경향의 반대에서 미드센추리가 탄생한 거죠. 그러니까 기능을 제외한 디자인을 거의 하지 않았던 거에요.

이 지점에서 한국을 돌아보면 장식이 가득한 오래된 건물이 없잖아요. 다 부서졌고, 부쉈고, 새로 지었죠. 그러니까 우리에겐 오히려 장식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저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예쁘지 않으면, 사실 아름다움을 지킬 수가 없어요. 그게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적당함이고요.

그럼 오디너리 서비스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음, 오디너리 서비스는 조형적으로 비례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걸 철저하게 맞추기도 합니다.ODS 테이블은 18mm 합판 두 장을 붙여서 상판을 만들어요. 그래서 상판의 몰딩도 36mm로 동일하게 맞춥니다. 이런 비례감에서 가구의 완전한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니까요.

그러면서도 ‘몰딩을 사용한다' 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몰딩 없이 미니멀한 테이블이라면, 퇴근한 뒤 의자에 코트를 대충 던져놨을 때 굉장히 눈에 튈 거에요. 먹고 남겨둔 그릇도 마찬가지고요. 몰딩 정도의 간결한 장식은, 이런 ‘생활감' 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액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디자인 요소가 ‘오래된' 느낌이 듭니다. 고전적 디자인의 문법이기 때문이에요. 이론적으로는 모르더라도 ‘아 뭔가 오래된 것 같아' 하는 느낌이 들죠. 아름다움에는 시간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는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너리 서비스는 이런 관점의 가구들을 디자인해요.


‘적당함' 을 자주 말씀하시잖아요. 그 적당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간, 특히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편안함이 특별히 중요합니다.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갖추는 게 조금 어려운 작업이에요. 이 지점,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만나는 지점이 제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적당함' 입니다.

적당함이라는 단어는 번역이 되질 않아요. enough 는 충분함이라는 느낌에 가깝고요. 다른 개념으로 대체할 수가 없어요. 그 적당한 느낌, 여기에 한국적 정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대충, 설렁설렁, 이런 감각이죠. ‘이쯤이면 됐다’, 그 이 ‘쯤' 이 사실 되게 어려워요. 그 적당한 쯤. 그게 사실 아름답고 편합니다. 앞서 오디너리 서비스의 디자인 원형이 유럽의 20-30년대라고 했지만, 한편 이 적당함이라는 감각은 한국적인 미학에 가까습니다. 충분히 서구화된 한국의 일상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개념의 미감을 찾길 바라요.

아름다운 것을 처음 보면 놀라게 되죠. 그런데 그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불편해요. 그 아름다움 옆에서 자신이 비교되거나, 혹은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것 같거든요. 캐주얼하고 편안한 공간 안에서는 딱히 놀랄 건 없지만 사람들은 그 공간을 그냥 편안하게 느낍니다.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해요. 편안함은 아름다움을 희석시키죠.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공존하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오디너리 서비스는 이걸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