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Spaces
공간 안의
오디너리 서비스
오디너리 서비스는 ‘가장 적당한 가구' 를 표방하는 만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쓰임새가 높습니다. 가정집, 카페, 비스트로, 바, 사무실을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죠.
가구는 공간에 ‘놓이는' 만큼 공간에 적합하게 들어맞아야 하지만, 한편 공간을 ‘구성하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너무 튀어도, 너무 없는 듯 묻혀도 좋지 않아요. 또한 기본적으로 앉고, 쓰고, 수납하는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만이 아니라 적절한 기능성 - 편안함, 적절한 크기와 무게, 수납성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하죠.
오디너리 서비스가 놓인 공간들, 그리고 그 공간들이 디자인된 방식들을 통해 가구가 공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지 한번 살펴봅니다.
해방촌
구옥 빌라
미드센추리 하우스의 한국적 번안
해방촌에 위치한 구옥 빌라를 리모델링한 주택입니다. 사진에 각인된 리빙센스를 포함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주택치고는 비정상적으로 트래픽이 높았던 공간이죠. 바로 하이픈의 조한비 대표가 3년간 살았던 공간입니다(지금은 이사했습니다).
대표 자신 집이니 당연히 회사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에 진하게 묻어날 수밖에 없겠죠. 공간의 테이블, 수납함 등은 모두 ODS의 제품들입니다. 전용면적이 18평 남짓한 크지 않은 공간의 거실 중앙에 4인용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인데요. 원형 테이블이 어떤 공간에 놓였을 때 가장 활용성 높게 사용될 수 있는지, 또한 크지 않은 공간에서 가구가 어떤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의 동선들이 넓지 않아서 사각 테이블이 놓였다면 답답했을 공간이 원형테이블 덕분에 물처럼 흐르듯 숨쉴 공간이 발생합니다. 평상시에는 1-2인이, 손님을 초대했을 때에는 4-5인이 적당히 둘러앉을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사실 원형테이블은 가정의 거실에서 진면목을 발휘한다는 게 오디너리 서비스의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집에서 원형테이블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거실의 주인공을 ‘소통' 이 아니라 ‘TV’ 에 주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소파와 TV를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그 사이는 비워두는 레이아웃이 일반적이다 보니, 식사와 소통을 위한 테이블은 부엌이나 한켠 구석에 붙는 경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한 번 거실에 원형테이블을 두는 걸 생각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거실의 모습이 확 달라지는 것은 물론, 함께 사는 이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눌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거든요.
Nancy’s
Coffee
World
한국 안의 미국 안의 프랑스
카페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카페가 많은 한국이지만, 동네 구멍가게가 모두 편의점으로 바뀐 변화를 따라가듯 대부분의 동네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들만이 즐비합니다. 대방동의 조용한 상권이 위치한 낸시스 커피월드는 대단히 이국적이지만 ‘동네 커피집' 이라는 컨셉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카페가 위치한 장소는 유동인구보다는 주거인구가 많은 한적한 위치이고, 근처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죠.
동네 카페답게 ‘미국의 동네 카페' 를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국적이 뒤섞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어느새 하이픈의 시그니쳐가 된 버건디 컬러의 솔리드 에폭시의 강렬한 색감 위에 60년대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가구들이 놓여 있어요. 벽에는 오래 전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푹신한 갈색의 가죽 소파가 줄지어 놓여져 있고, 오디너리 서비스의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인 원목테두리 사각 테이블이 놓여져 있죠. 홀 가운데에는 커스터드 크림을 연상시키는 파스텔톤의 옐로우 상판의 테이블과, 브랜드의 주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원목 테두리가 색감과 형태감을 더욱 강조하는 톤 다운된 블루 컬러의 동그란 의자들이 손님을 맞습니다. 2인용 테이블 옆에는 4인 단체손님들이 둘러앉을 수 있도록 녹색 상판의 4인 원형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요.
낸시는 카페 사장님의 영어 이름입니다. 영희처럼 미국에서는 오래 전 흔하게 쓰였던 친근한 이름이기도 하죠. 마른 체구에 주근깨, 땋은 머리가 사랑스러운 캐릭터 역시 하이픈의 작업입니다. 전반적으로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미국' 이라는 구체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듣고 보면 그럴듯하기도 하고, 어딘가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의 퀘벡 지역이 연상되기도 하는, 하여튼 컬러감이 독특하면서 희한하게 친근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오디너리 서비스의 캐릭터 중 사랑스럽고 경쾌한 모습만 빼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Nue
Pasta
Haus
이탈리아의 경쾌한 시장 같은 비스트로
초창기 충무로의 누에파스타하우스는 오디너리서비스의 시그니처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 전체의 디자인, 아트디렉팅, 운영 파트너십에도 하이픈이 참여했었거든요.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로 리뉴얼 되었지만요(그 역시 멋집니다). 누에의 공간은 붉은 에폭시 바닥이 낸시와 언뜻 닮은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인데요. 생면파스타와 내추럴와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답게 좀 더 클래식하고 격을 갖춘 느낌이 있습니다.
테이블은 오디너리서비스의 시그니처 테이블, 원목테두리 사각테이블 2인용과 4인용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요. 언뜻 보면 이도 ODS의 제품인가 할 정도로 톤이 비슷한 블랙 스틸다리 체어는 네덜란드의 빈티지 제품입니다. 새 상품도 새 것 티가 잘 나지 않는 ODS 디자인의 결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지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죠.
낸시에 놓인 테이블들도 누에에서는 좀 더 정갈하게 준비된 느낌입니다. 사이즈만 다른 채 같은 간격으로 배열된 테이블들로 인해 목테의 선과 아이보리의 상판 면이 더 강조되고, 간결하게 선을 그은 느낌이 들죠. 반면 천장의 둥근 조명과 테이블 옆에 놓인 선반의 소품들은 좀 더 경쾌한 느낌이고요. 낸시에서는 공간을 배경으로 가구들이 춤을 췄다면, 누에의 공간에서는 가구가 다른 소품들을 받아주고 있는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들죠. 이는 요리와 술이 좀 더 주목받아야 하는 비스트로 특성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ODS의 같은 가구가 공간에 따라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 나타나는 대목이에요.
초이다이닝
부평
선과 면이 만나고 가로지르는 경쾌한 일본
후토마키를 전문으로 가벼운 일식을 다루는 브랜드 초이다이닝의 부평 매장입니다. 이 매장은 ODS의 원목테두리 사각 2인테이블과 4인테이블, 민트 스틸프레임 체어, 그리고 테이블에 디자인을 맞춘 커스텀 수납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주목하실 점은 이 곳의 테이블과 누에하우스의 테이블 구성이 같다는 점입니다. 두 공간에서 모두 가구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도 전혀 다른 연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어떤 장소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같은 형태도 전혀 다른 맥락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초이다이닝은 매장마다 조금씩 다른 컨셉의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부평점의 경우 오키나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맑은 바다가 연상되는 아주 밝은 민트색의 솔리드에폭시를 깔고, 그 위에 민트 프레임과 그린 프레임이 경쾌한 악센트가 될 수 있도록 했어요. ‘재패니즈 아메리칸 다이닝' 을 표방하는 브랜드인 만큼 미국과 일본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섞는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이픈
충무로 사무실
원목의 직선이 구성하는 건조한 따뜻함
충무로에 있었던 하이픈의 구 사무실입니다. 바닥부터 가구까지 전부 나무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었던 장소죠. 천장은 철거 후 노출된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처리되어 있고, 합판으로 제작한 수납장과 바는 합판 색상 그대로, 레드파인으로 제작된 테이블도 레드파인 그대로 오염되지 않도록 오일 처리만 되어 파티나가 최대한 드러나도록 두었습니다.
공간에 놓인 작업테이블의 이름, ‘Just Standard Table’ 이라는 이름은 여기서부터 유래했어요. ‘그저 스탠다드인' 상태. 합판이 다른 재료인 척하지 않고, 레드파인이 다른 수종인 척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사무실에서 하이픈은 그저 재료들이 재료들인 상태, just한 상태를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재료가 가진 날 것 자체를 강조하는 건조함과 무심함, 그리고 그 재료가 나무이기 때문에 발현되는 따뜻함. 이 겹쳐지는 모순 지점을 그대로 나타내려 했고, 이 디자인 방법론이 당시는 아직 형형되지 않았던 ‘적당함' 이라는 단어로 귀결되게 됩니다.
저스트 스탠다드 테이블은 원목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간결한 구조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나무가 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면서, 구조 자체가 곧 표면이기도 한 디자인. 테이블의 기능을 구현할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지점. 가로 3미터에 세로 1.7미터의 압도적인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무의 따뜻한 질감이 그 크기를 중화해 주는 느낌이 있죠. 이번에 출시된 저스트 스탠다드 테이블의 크기는 가로 2.4미터로 다소 작지만, 시중에서 이보다 더 큰 원목 테이블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압도적인 크기, 최소한의 구조, 재료의 정밀한 선택으로 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 단순한 형태와 달리, 저스트 스탠다드 테이블에는 굉장히 많은 고민이 집약되어 있고, 이는 ODS의 핵심적인 요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