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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Space

가장 파격적으로
적당한 공간

오디너리 서비스는 디자인회사 하이픈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때문에 사무실도 하이픈의 사무실과 함께 공유하고 있지요. 하이픈은 공간디자인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에 관련된 모든 일을 진행하는 회사이면서, F&B(식음료) 프로젝트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는 하이픈의 대표가 가진 커리어와 철학, 다양한 영역에 뻗친 관심사에 연결된 부분이기도 하죠.

공간디자인 회사에게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대단히 중요하고 미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모든 회사에게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지만, 공간디자인 회사에게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모든 디자인을 디자인하는 공간' 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곳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라는 복합적인 업무를 다루기 위한 실용성을 갖추어야 하고요. 사실 공간과 같은 물리적인 실체를 디자인하는 일은 보통의 생각과 달리 그리 멋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온갖 공구와 샘플, 자료와 재료들이 어쩔 수 없이 공간에 나뒹굽니다.

한편 하이픈 사무실의 주적은 하이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하이픈의 대표가 대표적인 사무실 포비아니까요. 첫 번째 충무로의 사무실을 갖추기 전 불편하고 좁은 카페 테이블을 전전하는 노마드 생활을 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사무실을 좋아하지 않는 공간디자인 회사의 사무실. 사람과 기능들이 늘어나며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을 갖춰야 했을 때, 그의 선택은 ‘사무실을 최대한 사무실같지 않게 만든다' 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충무로에 위치한 첫 번째 사무실은 한옥마을 뒷켠, 역 바로 옆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작은 골목의 오래된 빌딩에서 낮에는 사무실, 밤에는 바로 운영하는 파격적인 방식의 공간이었습니다. 사무실 공간의 1/3을 바와 주방이 차지하고 있었어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는 ‘월세가 아깝다' 는 것과 ‘F&B 컨설팅을 하니 메뉴를 다뤄야 할 일이 많다' 는 것이긴 했지만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방식의 사무실이라 주변의 염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무실은 직원들에게 바 때문에 사랑받고 바는 손님들이 가진 디자인회사에 대한 환상 때문에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름대로의 합리성이었다고 합니다.

사무실 없는 사무실

현재 하이픈의 사무실은 해방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후암동에서 해방촌 언덕으로 많이 오르지 않은 위치, 골목으로 들어가면 주택인지 상가인지 알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의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어요. 구옥답게 조금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건물 앞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용산고등학교를 등지고 있는 경사지가 보여주는 서울의 파노라마 뷰가 있어요. 왼쪽의 신용산부터 시작해 시청의 오래된 빌딩, 그 사이 너머로 보이는 안산, 오른쪽으로는 남산과 해방촌의 오래된 건물들이 뻗어 보이죠. 하이픈은 이 뷰를 보자마자 올해 세 번째 이사(!)를 그 자리에서 확정했다고 합니다.

충무로의 사무실 중심에 바가 있었다면 해방촌의 사무실 중심에는 소파 라운지가 있습니다. 대표가 각 공간들을 위해 사들였던 소파들이 한 자리에 모여 3인 소파 3개, 1인 소파 1개로 이루어진 무려 10인용 소파 자리가 생긴 건데요. 원래의 사무실 설계는 이 자리에 충무로처럼 주방을 확장에 바를 형성하는 것이었으나, 이사할 때 막상 소파를 배치하고 보니 창문을 가리지 않는 높이의 편안한 느낌의 라운지가 좋아 공사는 취소되었습니다.

한편 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과할 정도로 크고 많은 스피커들입니다. 스피커도 소파처럼 ‘어쩌다보니' 모아지게 된 물건들인데, 150cm의 초대형 스피커는 사실 팔까 고민하다 소리가 너무 좋아 결국 사무실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컨설팅하는 가게들의 음악에 신경쓰다 보니 빈티지 오디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그중 인켈이라는 국산 브랜드가 상대적인 저평가로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80년대에 생산된 물건들이라 언제 멀쩡한 게 나올지 몰라서 하나둘 사다둔 걸 그냥 갖다 두었습니다. 사무실 겸 바에 있었던 술까지 한 자리 차지하면서, 사무실은 사무실보다는 빈티지 음악감상실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죠.

공간으로서의 적당함

하이픈의 대표는 대체로 적당하지 않은 걸 가져다 놓고 적당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해방촌에 파노라마 뷰가 보이는 구옥에 사무실을 두고, 15평 남짓한 공간에 초대형 스피커를 포함해 6개의 스피커를 놓고, 10인용 소파 라운지를 마련한 사무실은 적당하다기보단 파격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니까요.

하이픈이 이야기하는 적당함은 보통 말하는 평범한 기능보다는 조금 다른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적당히 아무거나 던져놔도 아름다울 수 있는 디자인'. 조한비 대표는 특이한 유미주의자에요.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거나,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말하면, 적당한 것들을 적당히 놓고 적당히 아름다운 상태. K-어머니에게 음식 레시피를 물으면 ‘적당히' 넣으라고 하는 그 적당함. 그리고 거기에 손님이 가져온 가방을 적당히 올려두어도 그 아름다운 상태가 깨지지 않는 것. 이런 기묘한 균형감을 그는 ‘적당함' 이라고 말합니다.

미니멀도 맥시멀도 아닌 그 어딘가

확실히 하이픈의 사무실은 - 자신 브랜드의 가구들로 가득하니 당연한 말이지만 - 오디너리 서비스를 닮았습니다. 미니멀하다기엔 뭐가 많고, 맥시멀하다기엔 조금 비어있어요. 필수적이라기엔 장식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장식을 위한 장식이 딱히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재나 청소용품 같은 것들을 그리 말쑥하게 숨기거나 정리하지 않아 물건이 많아 보일 뿐이죠. 그런 상태에서도 기묘하게 공간은 아름다움을 유지합니다. 편안한 아름다움. 하이픈이 말하고 싶은 적당함은 이 지점에 있습니다.

하이픈은 공간의 1/4 만 업무 데스크에 할애하고 나머지를 모두 퍼블릭한 공간으로 남겨둔, 파격적이지만 적당한 공간입니다. 항상 향과 음악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죠. 곧 쇼룸도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나, 일단은 사무실이 브랜드의 쇼룸을 겸하고 있기도 하고요. 딱히 디자인 의뢰가 있지 않더라도 하이픈의 사무실에 한 번 들러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것들인데 이상하게 오래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은 말보다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경험이니까요.